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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 산들바람 타고
머무는 사이

남정근

머무는 사이

2026

브론즈, 우레탄 도장

120x120x190(h)㎝

서울조각상 시민투표
머무는 사이

남정근 작가는 조각을 하나의 연극적 구조로 바라본다. 그에게 형상은 서사를 전달하는 인물이 아니라 무대 위에 놓인 존재이며 어떤 관계가 발생하기 직전 혹은 사건 이후에 남아 있는 정적과 긴장을 조각으로 구성하는 데 관심을 둔다. 작가에게 조각은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관람자의 시선과 거리,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장면으로 재배치되는 살아 있는 무대이며 그 앞에 선 관람자가 자신의 시간과 감정을 겹쳐 보도록 유도한다.

〈머무는 사이〉는 도시 속 인간과 타자의 관계를 '머묾'이라는 상태로 사유하는 조각이다. 비둘기는 도시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존재이면서도 인간과 늘 미묘한 간격을 두고 공존하는 타자인데 이 작품에서는 비둘기들이 인물의 머리와 어깨, 손, 발치에 자연스럽게 올라앉아 있다. 눈을 감은 채 내면으로 침잠한 인물 곁에 비둘기들이 경계심 없이 다가와 머무는 이 장면은 서로를 소유하거나 길들이지 않으면서도 같은 공간을 조용히 나누는 공존의 순간을 보여준다. 작품은 공원이라는 열린 환경을 오가는 시민들과 함께하며, 정지된 조각이면서도 매 순간 다른 관계를 생성하는 살아 있는 장면으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