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아나 작가는 빛, 물질,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와 변화의 의미를 탐구한다. 동양 철학의 무상(無常)과 공(空) 개념, 그리고 양자물리학적 사유를 결합하여 시간과 물질의 흐름이 어떻게 형태를 변화시키는지를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흙, 빛, 그림자, 공간 같은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방식은 불교의 연기(緣起), 즉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원리를 시각화한 것이다. 동양적 사유와 현대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은 수많은 동파이프를 구부리고 교차해 만든 비정형 구조물로 바람의 흐름이 응집된 듯한 유기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다. 빽빽하게 얽힌 파이프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감각의 이동을 상징하며 관람자는 작품 안팎을 자유롭게 감상하며 그 흐름을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파이프 사이에 매달린 얇은 동판들은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부딪혀 나뭇잎 스치는 듯한 섬세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태양광 조명이 내부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동판을 반짝이게 비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 소재가 자연 산화되어 청녹색 파티나로 변해가는 과정은 작품이 도시 환경과 함께 살아 숨 쉬며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