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작가는 사물의 본질과 물성을 구조적으로 탐구하며, 구·육면체·원추 등 기하학적 형태를 근간으로 한 추상 조각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최근에는 엄격한 구조 안에 곡선과 색채, 빛의 반사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얇은 면이 파도처럼 휘어지는 곡면 구조 위에 물방울 같은 구체를 얹는 방식으로, 자연의 생동감과 서정적 감각을 기하학적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실바람처럼, 윤슬처럼〉은 '실바람(아주 살랑살랑 부는 약한 바람)'과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두 가지 아름다운 우리말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겹겹이 유려하게 흐르는 선과 면의 리듬은 실바람의 숨결을 옮겨 놓은 것으로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흐름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슬처럼 맺힌 스테인리스 구체는 주변 도시 풍경을 고스란히 반사하며 자연과 일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작품을 통해,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빛과 그림자의 시각적 변주와 바람이 작품을 통과하며 만드는 미세한 공명음이 주는 청각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